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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필 미컬슨이 지난주 열린 세이프웨이 오픈 1라운드에서 드라이브 티샷을 치고 있다. 미컬슨은 이번주 열리는 US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AP|연합뉴스
필 미컬슨이 지난주 열린 세이프웨이 오픈 1라운드에서 드라이브 티샷을 치고 있다. 미컬슨은 이번주 열리는 US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AP|연합뉴스

18일 개막하는 PGA 투어 US오픈엔 슬픈 전설이 하나 있다. 주인공은 필 미컬슨(미국). 메이저 통산 5승을 올린 미컬슨은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 디 오픈을 모두 제패했지만 US오픈만 우승을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미컬슨이 US오픈에서 역대 최다인 준우승만 6번 했다는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US오픈을 꼽았던 미컬슨에게 US오픈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특히 이번 대회가 열리는 윙드풋 골프클럽(파70·7477야드)은 미컬슨에겐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슬픈 전설이 만들어진 곳이다.파워사다리

2006년 이곳에서 열린 US오픈서 미컬슨은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17번홀까지 2위에 1타 앞서 있어 마지막 18번홀에서 파만 해도 우승이었다. 안전하게 우드 티샷을 할 수도 있었지만 미컬슨은 호기롭게 드라이버를 잡았다. 그는 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드라이버로 친 볼이 기업체에서 설치해 놓은 천막쪽으로 날아가 나무로 둘러쌓인 잔디밭에 떨어졌다. 레이업을 해 3온을 노려야 했지만 미컬슨은 이번에도 공격 앞으로를 택했다. 그린을 노리고 친 두 번째 샷이 나무에 부딪혔다. 세 번째 샷은 그린사이드 벙커에 꽂혔다. 벙커샷을 붙여서 보기를 하면 연장을 갈 수 있었지만 벙커샷이 길었다. 결국 더블 보기로 우승을 제프 오길비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미컬슨은 “내가 그런 짓을 했다니 믿을 수 없다”면서 고개를 떨궜다. 자신을 자책했을 때 그는 더욱 솔직했다. “난 정말 바보야.”

선수 인생에서 가장 큰 악몽을 선사한 윙드풋에서 미컬슨은 29번째 US오픈에 출전한다. 2006년의 트라우마에선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지난주 세이프웨이오픈에서 기자들이 2006년에 대해서 묻자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드라이버는 여전히 신경 쓰일지도 모르겠다.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미컬슨은 56개의 드라이브샷 중 12개만 페어웨이에 적중시켰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21.4%에 그칠 정도로 들쭉날쭉했다. 비거리는 평균 312.9야드로 아직도 짱짱하지만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15㎝ 길이의 러프가 발목을 잡는 윙드풋에선 비거리보다 정확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미컬슨은 과연 윙드풋에서 슬픈 전설을 해피 엔딩 스토리로 바꿀 수 있을까. 베팅업체들이 그의 우승 배당률을 75대1로 정한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한 팬은 미컬슨의 우승에 4만5000달러(약 5300만원)를 베팅했다. 만약 미컬슨이 우승하면 이 팬은 337만5000달러(약 39억8200만원)의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미컬슨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둘을 위해 마지막 18번홀에서 3타차로 앞서 있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기아 윌리엄스 감독이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비디오판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기아 윌리엄스 감독이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비디오판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T 이강철 감독은 “KIA도 참 안진다”며 웃었다. 롯데 허문회 감독도 “KIA 경기 결과를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새 5강 경쟁팀을 가장 위헙하는 구단으로 격상된 셈이다. 그럴만 한 게 9월에 치른 10경기에서 8승을 따내 월간 승률 1위를 질주 중이다.파워사다리

상승세를 탄 마운드 힘을 등에 업은 KIA가 내친김에 5강 진입 그 이상에 도전한다. 대진운이 좋아 최대한 승수를 쌓아두면 순위 뒤집기도 가능해 보인다.KIA는 팀 평균자책점은 4.66으로 리그 4위 수준이다. 범위를 9월로 한정하면 10경기에서 89이닝 동안 36점을 내줘 두산(3.62)에 이은 2위(3.64)다. 이 기간 선발진의 약진이 도드라졌는데, 6승(1패)을 따내며 평균자책점 3.05로 맹위를 떨쳤다. 62이닝 동안 홈런을 단 한 개만 허용한 게 눈에 띈다. 특히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에 돋보인다. 드류 가뇽은 9월에 나선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고, 애런 브룩스는 한 술 더 떠 3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둘이 34이닝 6실점 평균자책점 1.59로 KIA 상승에 강력한 동력이 됐다. 토종 선발진이 조금만 버텨주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KIA 선발투수 브룩스가 6회말 1사1,2루 상대 박용택을 병살로 처리한 후 박찬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KIA 선발투수 브룩스가 6회말 1사1,2루 상대 박용택을 병살로 처리한 후 박찬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기회도 왔다. KIA는 15일부터 홈에서 SK를 상대한다. 11차례 맞대결을 해 8승을 쓸어 담아 자신감도 높다. 이후 다소 빡빡한 상대인 삼성을 만나지만 주말 한화를 만난다. 삼성과는 7승 5패로 비슷한 경기를 했지만 한화는 8승 1패로 압도했다. 가뇽과 브룩스가 삼성과 한화전 한 경기씩 책임질 수 있고, 양현종도 지난 10일 광주 두산전 이후 닷새간 휴식을 취해 7연속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야구가 꼭 계산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민우가 한화전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낸 점을 고려하면 주간 4승 이상 기대할 만 하다.관건은 뒷문이다. 전상현이 어깨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데다 고졸(광주일고) 신인 정해영도 피로해보인다. 부상을 털고 복귀한 박준표가 왼손 듀오인 김명찬, 이준영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타선이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리드오프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최원준과 프레스턴 터커, 최형우, 나지완 등이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을 떨치고 복귀한 김선빈도 타선에 힘을 보탤 채비를 마쳤다. SK를 상대로 0.286, 삼성에 0.289, 한화에 0.275로 나쁘지 않은 팀 타율을 갖고 있어 붙어볼만 하다.동행복권파워볼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타격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타격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특히 지난 8일 광주 LG전부터 13일 창원 NC전까지 상위팀을 상대로 3승 1패로 선전해 선수단 내 자신감도 높다. 2016년부터 3연속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한 차례 통합우승을 일궈낸 KIA가 지난해 부진을 만회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 위치가 어디인지를 예측하기 어려워 더 눈길이 간다.
zzang@sportsseoul.com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미증유의 상황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출범 39년 만에 처음으로 관중 없는 시즌을 치르고 있는 KBO리그는 올해 구단당 150억 원에서 2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매출이 한정돼 있는 국내 프로야구 시장으로 볼 때 도산 위기다.

지난 해까지 그룹에서 광고비 명목으로 평균 150억 원 가량의 지원을 받아 어렵게 손익분기점을 맞춰 온 프로야구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룹이나 계열사로부터 두 배 이상의 지원금을 받아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살림살이를 줄이는 것이다.

벌써부터 각 구단은 이번 시즌 뒤 엄청난 구조조정 한파를 예고하고 있다. 코칭스태프 축소 및 선수단 대량 방출, 연봉 삭감 등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로야구 최대 위기라 할 만하다.

코로나19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KBO가 차기 총재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KBO가 차기 총재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올해 12월 말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정 총재는 3년 임기 동안 야구계에 불협화음만 일으키고 큰소리쳤던 프로야구 산업화는 손도 대지 못한 채 퇴임하게 됐다. 문제는 차기 총재다.

오래 전부터 자천타천으로 후임 총재 후보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의 유력 정치인에 줄을 댄 야구인이 있다는 소문이 있고, 원로 야구인 출신이 주변 인물을 등에 업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소리도 있다. 수도권 구단주 중에 한 명이 총재 자리를 욕심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부 야구인들은 힘 있는 정치인이 총재를 맡아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 주길 바라고 있다.

누가 돼도 상관없다. 다만 누가 한국 프로야구가 놓여 있는 풍전등화 같은 위기를 구해낼 수 있느냐다. 지금이야말로 KBO 총재의 역할이 중요하다.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고 9개 구단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모기업을 품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매우 힘든 시기지만 국가에 혜택을 요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몇몇 구단은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O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지 않으면 당장 내년 시즌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이 구장 사용료 인하와 세제 혜택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새로 들어올 KBO 총재는 구단의 안정된 수입모델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 매우 어려운 숙제다.

한국 프로야구에도 ‘버드 셀릭’ 같은 구세주가 출현하길 기대한다. 버드 셀릭은 미국 메이저리그가 선수노조 파업으로 인기가 급전직하하던 1994년 정식 커미셔너에 취임해 메이저리그를 살린 것은 물론 황금기를 연 인물이다. 그는 2015년 물러날 때까지 사치세 도입, 인터리그 시행, MLB.com을 통한 통합 마케팅, MLB.TV에 의한 중계권 확충 등 재임 기간 메이저리그 수입을 10배 이상 늘렸다. 2016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스포츠경향]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15일 밀워키전에서 4회말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에게 신호를 보낸 뒤 벤치에서 놀라 투수코치와 트레이너까지 마운드를 방문하자 미소지으며 “괜찮다”고 설명하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15일 밀워키전에서 4회말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에게 신호를 보낸 뒤 벤치에서 놀라 투수코치와 트레이너까지 마운드를 방문하자 미소지으며 “괜찮다”고 설명하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4회말 2사 1·2루.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더그아웃을 향해 신호를 보내자 세인트루이스 벤치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일 신시내티전 등판 이후 신장 경색 증세로 입원했다가 치료를 받고 13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선발 투수의 경기 중 호출이었기 때문이다. 쾌투하다 4회에만 볼넷 2개째를 내준 직후 김광현은 벤치와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세인트루이스는 최연세 통역과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 트레이너까지 마운드로 급파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볼 배합 조정을 위해 몰리나와 대화를 청한 것이었다. 더그아웃의 통역을 향해 신호를 보낸 것이었지만, 김광현의 몸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세인트루이스 벤치에서는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트레이너까지 출동시킨 것이다. 김광현이 웃으며 설명하자 매덕스 코치와 트레이너는 바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세인트루이스가 선발 김광현의 움직임에 얼마나 집중하며 신경쓰고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김광현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고 손을 내저었다.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의미였다”고 인상적이었던 이 장면을 소개했다.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김광현은 15일 밀워키전에서 7이닝 3안타 6삼진 무실점으로 데뷔후 최고의 투구를 했다. 김광현은 혈관에 문제가 생겨 신장 경색 증세로 입원한 뒤 약물 치료를 받고 회복해 이날 복귀했다. 던지는 팔에는 문제가 없었기에 투수 본인은 자신했지만 팀에서는 여전히 몸 상태를 매우 주시하고 있었다. 열흘 이상의 공백은 실전 감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구단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김광현은 완벽하게 쾌투했다.

공백을 가뿐히 뛰어넘고 오히려 최고 피칭을 한 김광현의 모습에 세인트루이스 벤치는 이제 무한 신뢰하기 시작했다.

이날 김광현이 나선 경기는 더블헤더 1차전이었다. 7회까지만 열리는 올시즌 더블헤더에서 대부분 팀들은 선발이 호투하더라도 6회까지만 맡긴다. 김광현도 6회까지 81개를 던졌다. 13일 만의 등판이었기에 교체되기 충분한 투구 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7회말에도 김광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에서는 6회부터 라이언 헬슬리가 몸을 풀고 있었으나 세인트루이스 벤치는 이날 압도적이었던 김광현을 완전히 믿었다. 김광현은 7회말을 공 6개로 삼자범퇴 처리하며 그 믿음에 완벽하게 답했다.

김광현은 7이닝을 던지는 동안 밀워키 투수 3명과 싸웠다. 밀워키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 5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고 투구 수는 77개로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불펜에서는 필승계투조가 몸을 풀고 있었다. 6회 올시즌 0점대 평균자책의 셋업맨 데빈 윌리엄스가 등판했고, 7회에는 마무리 조시 헤이더까지 등장했다.

세인트루이스와 밀워키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사흘간 2번의 더블헤더를 포함해 총 5연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25일부터 28일까지는 또 더블헤더를 포함한 5연전이 남아있다. 서로 마주하게 된 이 10연전은 양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승부처다. 그 시작인 이날 1차전을 반드시 잡기 위해 밀워키는 선발 호투에도 불구하고 0-0에서 셋업맨과 마무리까지 투입했다.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에게 7이닝을 전부 맡겼다.

세인트루이스는 연장 8회말 승부치기에서 불펜 난조로 1-2 역전패를 당했고, 1-0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김광현의 시즌 3승째를 지켜주지 못했다. 지역 방송 매체 KMOV는 “세인트루이스는 오늘 ‘미안하다’는 한국어 한 마디를 배워야 한다. 김광현의 실력이 아깝게 소비됐다”고 평하기도 했다.

1승은 놓쳤지만 김광현은 값진 믿음을 얻었다. 메이저리그에 처음 인사하는 신인이기에 그동안에는 ‘도전자’였던 김광현은 이날 복귀전에서 더 빼어난 투구를 펼쳐 이제 선발로서 완전한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김광현은 내셔널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 3안타 이하에 비자책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라고 소개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김광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광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제는 ‘팔색조’라는 수식어도 과하지 않은 듯하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투 피치’ 이미지는 지워진지 오래다. 100마일(약 160㎞)의 속구 없이도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도 선발로 충분히 통할만한 제구와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갖췄음을 증명하고 있다.

김광현은 1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3안타 6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잠잠한 타선 탓에 승수를 쌓진 못했지만 평균자책점(ERA)은 0.63까지 떨어졌다. 선발로 나선 5경기로 한정하면 ERA는 0.33까지 낮아진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배트 사냥꾼’의 면모였다. MLB닷컴의 게임데이나 베이스볼서번트 등을 살펴봐도 김광현은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4개의 구종을 던졌다. 하지만 김광현의 포심은 일반적인 궤적은 물론 때로는 컷 패스트볼(커터)처럼 날아갔다. 단순히 포심으로 볼 게 아닌, 더욱 세분화된 분석이 필요하다.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말려들어가는 커터성 변화구로 자주 헛스윙을 유도해냈고, 타자의 배트에 걸려도 빗맞기 일쑤였다. 4회말 루이스 유리아스, 5회말 아비사일 가르시아는 김광현의 커터성 포심을 노렸지만 배트가 부러지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 구종이 ‘컷 패스트볼’로 불리게 된 이유를 증명한 배트 사냥으로, 적어도 이날 경기만큼은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를 연상케하기 충분했다.

밀워키전까지 김광현의 구종별 구사율은 포심(46.0%), 슬라이더(33.3%), 커브(12.0%), 체인지업(8.6%) 순이다. KBO리그 시절만 해도 포심과 슬라이더 투 피치라는 편견이 강했는데 일단 커브와 체인지업 합쳐 20%를 육박하니 타자와 싸움에서 헷갈리게 만들 요소는 충분하다. 여기에 포심도 세분화를 시켜야 하니 사실상 5~6개의 구종을 갖고 타자와 싸우는 셈이다. 현지에서는 상대적으로 실밥이 크고 무딘 ML의 공인구 덕에 김광현의 포심이 커터성 궤적을 띈다는 시선도 있다. 김광현이 팔색조로 탈바꿈하는 데 이러한 환경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김광현은 KBO리그에서도 슬라이더의 종류를 다양하게 던지기 때문에 투 피치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도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가 ‘밀워키 타자들이 몸쪽에 약하니 적극적으로 공략했다’고 말해 적극적으로 공략했다”며 공을 돌렸다. 하지만 커터성 궤적의 공이 없었다면 이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ML 타자들은 김광현을 상대할 때는 배트를 넉넉히 챙겨야 할지도 모른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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